최근 아내와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하나님께서 궁극적으로 원하시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에 관한 것이다. 순수했던 초등부 시절이었다면 심플하게 ‘온 세상 사람들이 교회에 다니는 모습’을 떠올렸겠지만, 머리가 굵어지다 보니 당최 하나님 뜻에 맞는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예를 들어 환경보호 이슈를 생각해보자. 상식이나 도덕 기준으로는 반론의 여지가 없는 주제지만, 하나님 입장에선 그냥 ‘지구 이까이꺼’ 정도의 가치밖에 없는 이슈일 수 있다. (극단적으로 가정하자면) 생태계를 다 망쳐서라도 한 명의 영혼을 더 구할 수 있다면 지구 온난화 따위 별 문제가 아닐 것이다. 지구가 빨리 멸망한다 해도 결과적으로 다들 일찍 천국에 가는 거니까. 그런 관점에서, 나는 최근 ‘제조, 사용, 폐기 시 자원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제품 디자인’의 구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 어찌보면 다 쓸데 없는 고민이 아닌가? 하는 생각들도 자꾸 하게 된다.

물론 하나님의 일을 추구한다면서 마구 환경을 파괴한다거나 하면 안되겠지만, 인간적으로 그저 착한 일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해서 하나님의 관점에서도 선한 일인지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평소 올바른 디자인 개념, 바람직한 교육의 방향, 사회 체제 등의 가치를 판단할 때 가장 모범이 된다 생각하는 북유럽 국가에서 정작 교회가 힘을 잃고, 인권이 마구 유린당하는 아프리카 지역에서 하나님을 믿는 신앙이 부흥한다는 뉴스를 들을 때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우리나라를 아프리카처럼 후지게 만들어 전도 많이하자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런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찾아 읽고 아내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참 즐겁지만 그냥 흥미 수준에서 그치는 것 같기도 하다. 자신의 분야에서 하나님의 방식과 세상 트렌드의 접점에 대한 앞선 고민과 방향성을 제시하는 교회 안팎의 리더들이 좀 많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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