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께서 나에게 주신 재능은 무엇이며, 이를 활용해 어떤 일을 하기 원하실까?’

지난 몇 년간 고민해 오고 있는 주제다. 아마도 이 고민은 죽을 때까지 계속 될 것이고, 매 순간 조금씩 혹은 급격히 달라질 것이다.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사람은 원래 앞 날을 알 수 없도록 만들어졌고,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정확히 그 목표를 이루기엔 예측할 수 없는 우연의 요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가장 집중해야 할 시간과 일은 오늘 주어진 일이라는 것. 그리고 기도해야 한다는 것. 기회는 찾아지기도 하고, 주어지기도 하지만 결국 확신을 갖고 붙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어찌 보면 한 치 앞만 바라보고 사는 것 같지만, 그렇게 살아낸 하루 하루를 통해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삶의 방향성을 세워갈 수 있는 것 같다.



2010년 현재, 디자이너로서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그저 기업의 부가가치/이윤 창출을 위한 도구로서의 디자인이 아닌, 세상에 실질적으로 올바른 영향을 줄 수 있는 디자인을 하는 것이다. 목표의 범위가 너무 뜬구름처럼 거창한데 좀 구체적으로 나눠 적어 본다면,

1. 사람들로 하여금 합리적/윤리적인 의사결정(소비/사용)을 하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2. 과시적 소비를 지양하면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조형과 기능을 제공하는 디자인
3. 연계된 모든 자원의 낭비를 스마트하게 줄이는 디자인
4. 세상의 일부만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디자인
5. 1~4를 만족하면서도 자선사업이 아닌 실질적인 수익에 충실한 디자인
6. 1~5와 같은 디자인의 혁신을 사용자에게까지 온전히 전달할 수 있도록 
   상품(라인업)계획/생산/마케팅을 통합적으로 고려하는 디자인

간략히 말해 ‘정의로운 디자인을 실현하여 사용자에게까지 전달하는 일’이 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활동이 하나님의 식이 통하는 세상을 이루는 일에 디자인으로 기여하는 한 방법이 되리라 생각하고 있다.


 


냉장고 제품으로 예를 든다면, 좌측의 300만원짜리 마시모주끼 냉장고 대신에 양문형 플랫폼보다 합리적인 우측 프렌치도어 냉장고 플랫폼을 적용하고 중앙 J series처럼 과도하지 않은 조형언어와 소재를 이용하여 감성적인 만족감을 유지하면서도 100만원 이하의 제품을 만들어 수익을 남기는 일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의외로 이런 바람직한 제품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들이 대략 108가지는 될 것이다.)


어찌 보면 회사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인 것 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오히려 회사 내에서는 절대 이룰 수 없는 목표일 수 도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이런 분야의 전문성을 기를 수 있는 대학원이 있다면) 더 공부를 해야 하고, 다양한 경험을 위해 전배 또는 이직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어느새 서른이 넘었다. 올해 안에 구체적인 진로를 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과정들이 불안하기도 하지만, 요즘의 하루하루가 참 신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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