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는 제품디자인 (특히 생활가전관련) 포스팅을 따로 올려볼까 한다.
인터넷에 모바일/IT제품이나 자동차관련 정보는 많은데 가전제품, 그것도 디자인관련 내용은 많지가 않다.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햇수로 벌써 4년째 가전회사를 다니다 보니 제품 이야기라면 한시간 정도는 썰을 풀 수 있을 것 같다.
업을 살려 생활가전 디자인 특화 블로그로 키워보면 어떨까 한다.

첫번째 제품으로는 이번에 삼성에서 출시된 냉장고를 골랐다.
그 동안 이 제품에 대해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출시가 되질 않아서 글을 쓸 수 가 없었다.
(앞으로 삼성제품만 올릴 의도를 가지고 있거나, 어디 대형 포털에 홍보목적으로 올리려 작성하는 건 아니다.)
순수하게 제품디자인/디자인전략 관점에서 봐 주면 좋을 듯.





2009년 현재 가장 혁신적인 디자인, 지펠 퍼니처스타일 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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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가전에서 오랜기간 준비한 혁신 디자인 과제의 결과물이 드디어 출시되었다.


디자인 주도의 개발 프로세스
이 냉장고의 개발 과제는 디자인그룹의 주도로 처음부터 09년도 실제 양산을 위해 진행하였고, 기존 디자인 개발 프로세스보다 상당기간 앞선 프로세스의 도입으로 보다 혁신적이면서도 뛰어난 완성도의 결과물을 만들어 양분화 되어있는 한국 가전시장에서의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양산시점과 상당한 시간차를 두고 시작된 과제였기 때문에, 사용자의 shifting needs 예측을 위한 리서치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었다.)


혁신적인 디자인 컨셉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큰 디자인 포인트는 히든 컨셉의 도어 핸들을 적용한 점이다. 고객 거주공간에 큰 비중을 가지고 배치되는 가전제품의 특성상 인테리어/가구 트랜드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데,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미니멀 기조에 의해 이러한 히든 컨셉이 최근 2~3년새 가구 디자인의 주요 트랜드로 자리잡고 있어 가전 제품에서도 이러한 스타일을 구현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냉장고의 경우 도어부분이 단열, 보온 및 수납공간의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도어의 안쪽을 파내는 디자인의 구현이 쉽지 않았다. 따라서 처음 이 디자인이 제안되었을 때 내부적으로 많은 이견이 오고갈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수차례에 걸친 검증과정과 개발팀의 각별한 수고 끝에 국내 최초로 히든 핸들을 가진 냉장고를 개발하게 되었다. (글로벌 시장을 보더라도 이 제품은 전시회에 출품된 한 두 제품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앞선 스타일을 가진 냉장고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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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주방 counter와 높이를 맞춘 wide home-bar의 적용이나, 세로형태의 touch display, 더욱 얇아진 trim-kit 구조등이 제품의 혁신성을 더하고 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렇게 인테리어 특화된 제품이면서도 정작 주방의 counter depth 보다 그 깊이가 더 긴 기존의 플랫폼이 적용되었다는 점이다. (합성이긴 하지만 위 이미지를 보면 냉장고가 앞으로 조금 튀어나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고 다른 경쟁사 냉장고들보다 플랫폼이 더 두꺼운 건 아니지만, 이미 true built-in style의 구현이 가능한 600mm 두께의 양산 플랫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사정상 그 플랫폼에 이 디자인을 적용하지 못했다. 정작 그 얇은 플랫폼에는 기존의 예전 디자인이 적용되어 시장 도입시 신규성이 많이 떨어지고 말았다. 이런 부분이 디자인 전략 관점에서 더욱 신경써야 할 포인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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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아주 잘 나온 것 처럼 소개했지만 (뭐든 대외적인 내용은 긍정적으로...), 디자인그룹 입장에서는 정작 중요하게 제안했던 컨셉들의 많은 부분이 구현되지 못한 상황이라 아쉬운 부분이 많고, 보는 사람은 많지 않겠지만 어쨌든 공개적인 포스팅을 작성하다보니 보안문제 때문에 드러나지 않은 핵심적인 내용을 많이 쓰지 못했다.

어쨌든 개인적으로 지난 Jasper Morrison 협업 냉장고와 함께 유일하게 집에 들여놓고 싶고, 가족에게 추천하고 싶은 디자인의 제품이어서 애착이 많이 간다. 부디 험난한 시장에서 성공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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