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길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다.

어머니 폭염 경보라는데 에어컨 아끼지 마시고 좀 트세요.”

아유 이렇게 더운데 우리가 전기세 아까워서 안 틀겠니.
나라 예비전력이 부족하다고 하니 우리 집이라도 참고 안 써야지.”

평생 나라 걱정만 하시며 성실하게 살아오신 우리의 부모님들은, 오늘 밤도 이 더위를 꾹 참으시며, 한 편으론 '전기 끊어졌을 때 북한이라도 쳐들어 오면 어떡하나' 걱정하시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이 정말 열과 성을 다해 일해야 이런 국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있을 텐데, 보답은 커녕 매번 국민을 위협하고 세금 걷어 엉뚱한 곳에 사용하기 바쁜 그들에게 정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다음은 전력난, 국민 탓이 아니다라는 요지의 한남일보 기사 요약.

원문 http://www.hannam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60521

우리나라의가정용 전력소비량은 일본과 유럽의 절반 정도, 미국의 1/4 정도가 된다. OECD 국가 중에는 가장 낮은 축에 든다. 전체 전력소비량 대비 가정용 소비량의 비율도 당연히 낮은 수준이다. 이 이야기는 산업용/공공용/농업용 소비량의 비중이 타국 대비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통계에 의하면 ‘1인당이 아닌 ‘1인당 가정용전기요금은 OECD 국가들 중 국민소득 대비 높은 편이다. 정부와 일부 언론은 산업용 전기요금과 가정용 전기요금을 구분하지 않고 합쳐서 평균을 내어 시민들에게 제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가정용전기요금은 전혀 싼 편이 아니며, 전기요금이 낮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마술은 용도구분 없이 획일적인 평균 수치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숫자놀음이 의미하는 것은, 실제로는 전력난이 전혀 일반 시민의 탓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적어도전력난은 산업용 전기에 그 책임을 묻는 것이 맞다. 아니, 산업 발전에 따른 전력 소비량 증가에 발맞추어 전력 수급량을 예측하고 생산량을 증대시키지 못한 한전과 정부의 책임이다. 또한 한전은 일부 대기업에 전기를 그야말로퍼주고있으며 그만큼의 손실을 일반 시민이 보전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자로 공개된 ‘2011년도 산업용 전력 원가보상액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력사용량 상위 20개 기업에 전기요금 할인 혜택을 주느라 한국전력이 입은 손실이 7792억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소비량에서 개인과 가정의 비중은 낮은데도 한전이 대기업에 전기를 퍼주느라 생긴 적자와 전력난을절약으로 극복하자는 캠페인만이 가득하다. 정부와 공기업의 위기대응 부실과 전략 부재에 대한 책임론은 없다. 전력수급 위기라며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라는 것들은 그저 절전, 절전 뿐으로 전력 추가수급을 위한 기술적인 방안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정부는 전기요금 인상안을 슬금슬금 흘리고 있는데평균 18%올려야 되지만 13.1%만 올리겠다는 식이다. 최근 몇 년간의 전기요금 상승폭을 보면 2007 2.1%, 2008 4.5%, 2009 3.9%, 2010 3.5%, 2011 9.6% 인상됐다. 현 정부 들어 전기요금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19일자 자료에 의하면 전기요금이 1%인상되면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4600억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의 수천억원대 적자를 전기요금 상승으로 때우겠다는 뜻이다. 이는 사대강 사업 비용을 상수도요금 인상으로 보전하려는 것과 똑같은 경우다.

이런저런 위기가 닥칠 때마다국민에게 책임을 돌리고 위기의식을 조장해 성금을 걷느니 금모으기를 하느니 하고 국민 개개인의 주머니를 털며 단기적인 미봉책만을 내놓는 것은 수십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를 바가 없어 여전히 우리는 정부와 공기업, 대기업의호구 노릇을 하고 있으니 참 불쌍한 국민들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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