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s' Diary #718
20040412, 월요일, 음..


98년이니까 벌써 6년 전 이야기다.
한 학기 일정을 모두 마무리하고 열린 종강파티에서
서로 옆에 있는 사람들을 축복하는 시간이 있었다.

옆을 돌아보니 나이 지긋하신 박을용 교수님이 계셨다.
다른애들은 다들 학생들끼리 짝을 지었는데
하필 대하기 어려운 교수님과 짝을 짓게 되어 참 부담스러웠다.

하버드, 캠브리지, 조지타운대 교수
세계은행 장기 자문역
APEC 경제개발관리네트윅 사무총장
UN 개발프로그램 고위자문관
....

내 평생 이 분 보다 더 세계적인 유명인사를 만날 기회가 있을까
어쨌든 그 분이 나에게 팔을 뻗어 노래를 불러주고 계셨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사랑해요~ 축복해요~'

'사랑해요'란 상투적인 노랫말이
내 입에서 쭈삣쭈삣 흘러나왔고
그 말을 들으신 교수님은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하셨다.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인해
우리에게 얼마나 큰 기쁨이 되는지'

교수님은 나를 안아주시고, 축복해주신 뒤
또 다른 학생들을 축복하러 자리를 옮기셨다.
그 분께서 보여주신
학생들을 향한 헌신과 낮아짐은 약하고 나태한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그 분을 생각하면 항상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오늘 박을용 교수님이 77세를 일기로 돌아가셨다.

아픔이 없는 천국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칭찬을 받고 계실지
생각만 해도 기쁘지만
그 분이 없는 이 곳의 빈자리는 너무 크다.

6년 전
교수님의 눈물을 그저 놀라 바라보았던 내 눈에서
이제야 눈물이 흐른다.

교수님 사랑합니다.
천국에서 뵙겠습니다.



p.s.
교수님의 약력이 잘 정리된 정보를 찾다가
웍슬로님의 일기에서 약력을 발견해 그 부분을 가져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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