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씨의 인터뷰 기사 소식을 웍슬로에서 접하고 얼른 딴지일보 사이트를 열었다. 꽤나 긴 글이었는데 순식간에 다 읽었다. 메모장을 열어 갈무리도 하고, 어떤 내용은 가슴에 담아두고, 어떤 대목에선 왈칵 마음이 무너지기도 했다.

인간 노무현과 안희정, 정치인 노무현과 안희정의 면모를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좋은 글이었다.
http://www.ddanzi.com/news/19680.html

요즘 왠지 마음이 참 복잡해서 다가오는 선거도 별 의미 없어 보이고, 투표할 후보의 선택도 당이고 뭐고 그냥 홍보 전단지 제일 열심히 만든 사람들 이름 적어다가 한 표 씩 던질 생각이었다. 근데 이 인터뷰를 읽고 다시 생각을 고쳐먹었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고 삶으로 살아낸 사람을 뽑아야만 한다. 6월 2일까지 남은기간 동안 서울시 강북구에서 뽑을 수 있는 대상 후보들을 좀 더 면밀히 살펴봐야겠다.


아래는 인터뷰 내용 중 일부 발췌

(인터뷰어) 오래 전부터 안희정을 만나고 싶었다. 한 초선의원을 20여년을 보좌한 그는, 정작 그 초선의원이 대통령이 되자 청와대 대신 감옥엘 갔다. 출소 후에도 임명직은 물론 선출직조차 허용되지 않았다. 그렇게 5년 내내 낭인이었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케이스다.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은가.

안희정 : 하여튼 그때 저로선 정치를 하는 이상 이 사업을 하다가 내가 잘못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 우리 대장 가마를 내가 메고 있는데 내가 서 있는 곳이 진흙탕이면 그냥 서 있어야지. 내가 서 있는 바퀴 쪽이 진흙 쪽이면 그럼 가마를 걸치고 서 있는 거죠. 가마 내려놓고 내 발만 마른 땅에두겠다고 할 수는 없지요.

인터뷰어 : 초선의원을 대통령까지 만들었단 말이죠. 만드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단 말이죠. 그랬는데 정작 본인은 감옥 가고. 지금이야 다시 의리라는 키워드라도 있죠. 그 5년간 본인은 묶여 있었고 잊혀져있었고 아무런 일도 할 수가 없었고. 무려 5년간이나. 스포트라이트는 예를 들면 유시민 전 장관이 받고, 이런 게 어떻게 억울하지가 않습니까? 인간이.

안희정 : 왜 그런 마음이 없었겠어요. 그런 마음이 있었죠.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용케 그 피리소리에 현혹되지 않고 잘 버텨왔어요. 돛대에 내 몸을 어떻게 묶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하여튼. 물론 노랫소리가 들리죠. 누가 잘 나가고 누가 잘 되고 누가 뭐하고. 그런 얘기 들리지만 그것을 극복했던 첫 번째는 문재인 실장이나 이광재나 유시민씨를 제가 좋아합니다. 좋아하니까 그 사람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잘 되는 걸 나도 기뻐하려고 노력을 했구요.

여기까진 준비된 답변이다. 평생 훈련된 정치 언어로 정제된 답변. 아마 비슷한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해왔을 게다. 그리고 본인도 그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스스로 그렇게 정리해두고 있었을 게다. 하지만 인간이 명분과 논리만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낼 순 없는 거다.
난 정치인 안희정이 아니라, 인간 안희정의 답을 듣고 싶었다. 그래서 묻고 또 물었다.

인터뷰어 : 아니 청와대에서 그 흔한 무슨 직을 맡은 것도 아니고 감옥 갔다가 국회의원도 못 나가게 하고 장관은 커녕 그 어떤 자리도 없었잖아요. 그거는 명예조차 없는 거거든. 허탈하기도 하고 백수니까 경제적으로도 어렵고. (중략) 지금이야 다 지나고 나서 하는 얘기지만. 당시에는 씨바 왜 나만 좆 됐어! (폭소)

안희정 : 하하하하하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 그래도 그렇게 생각을 하기보다는...(한참을 생각하다) 그냥 대통령이 난 좋았어요.

그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명분과 논리로 현상을 설명하는 데 평생 익숙했던 그 자신도, 처음으로 깨달았던 게다. 그 이유를. 

인터뷰어 : 노무현이 그렇게 좋았나 봐요?
안희정 : 예. 대통령한테 도움이 되는 길이 있다면 뭐든지 할 생각을 했어요.

인터뷰어 : 그 정도로 매력적인 사람이었나요?
안희정 : 예. 아주 좋았어요.

인터뷰어 : 왜 눈이 빨개지시는 겁니까? (웃음)

안희정 : 대통령이 좋은 분이다 얘기를 하고 나니까 갑자기 그리워져서. (다시 일어나 휴지 뽑는다. 눈물 닦고. 침묵. 울먹인다.) 맞아요. 내가 그... (다시 코 풀고) (오래 침묵) 아, 이게 참... 하여튼 그 분 도와서 감옥 가는 역할이라도 그 분을 위하는 일이라면 저는 행복했어요. 제가 뭐 억울하다는 생각을 해볼 겨를도 없이 좋았어요. 아...(다시 한참을 울먹인다) 그날 아침에 문용옥씨한테 전화가 왔어요. 형, 대통령이 아프셔서 병원엘 갔다고. 빨리 내려오셔야겠다고. (다시 코 풀고. 한참 침묵) 다른 얘기 안 할테니까 빨리 오라고. 아침 8시엔가... 아마 병원에서 한참 난리를 치고 전활 한 거 같애. 더 이상 가망이 없다고 생각을 했는지. (한참 침묵) 하여튼 그 당시 가는 내내 믿겨지지가 않았었으니까. 근데 대전쯤 지나 왔을 땐가, 천안 지났을 땐가 그때 서거를 공식화했다고 (눈물...) 아, 그때부터... 언제였지 4월 30일, 31일, 그때 검찰 소환 될 때, 그때 내가 버스를 막아서라도 못 가게 했어야 하는데. 그때 막았어야 했는데. (눈물...)

이 대목에서 그는 한참을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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