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한국의 디자인을 찾아서' 10년 연구 이명구 교수
文字圖엔 우리의 맛·향 넘쳐

타이포그래피(글자디자인)와 편집 디자인이 전공인 이명구 교수(47·동아방송대학)는 지난 10년 가까이 우리 문자도(文字圖)에 매달렸다. 그 속에 들어 있는 우리만의 독특한 디자인 요소를 찾아서다.

이교수는 연구 결과를 최근 ‘동양의 문양집’(Pattern Story of the East·리디아 펴냄) 15권에 담아냈다. 400쪽이 넘는 ‘문자도’(文字圖·리디아)도 함께 펴냈다. 19일 개막하는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 도서전에 이 책들을 내놓는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우리만의 맛과 향이 있는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디자인의 원형을 공부해야 하는데, 그런 자료가 부족하더군요.” 이교수는 지난 10여 년간 문자도를 비롯한 민화와 글자를 수놓은 베갯모 등 생활용품 3000점을 사 모으고 분석했다.



▲ 우리 문자도 3000점을 분석해 전통 디자인을 찾아낸 이명구 교수. 허영한기자



▲ 이명구 교수가 소장한 문자도 중 하나.
의(義)·예(禮)·신(信)·충(忠)·제(悌)·효(孝)를 형상화 한 작품이다.


“우리 문자도에는 깊은 뜻이 들어있어요. 19세기에 유행했던 ‘효제문자도’는 여덟 가지 유교의 덕목인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를 그림 속에 집어 넣었어요. 조선후기 사회가 혼란하고 불안했던 것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효제문자도는 기본형식이 해체되면서 지방마다 다른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했다. “그러면서 민중의 삶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갔고, 집안 장식품이나 잔치용 장식품 등으로 쓰이게 되었지요.”

그는 1987년에 처음 까치와 호랑이 민화인 ‘호작도(虎鵲圖)’를 구입한 것을 시작으로, 97년 이후 본격 수집가로 나섰다. 서울 인사동과 장안평 등 주요 고서화점은 물론 진주, 경주, 광주, 충주, 수원 등 ‘옛 그림’이 있다는 곳은 모두 뒤지고 다녔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도 구분되는 진짜 ‘우리 것’을 파악하기 위해 중국 베트남 등 다른 나라 민화들도 사들였다. 덕분에 아파트 몇 채 값이 날아갔다. 집도 서울 강남에서 김포로 옮겼다. 하지만 그 투자는 이번에 나온 책들에 고스란히 살아났다.

그는 “효제문자도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가졌던 사람은 일본인 학자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였다”며 “실제로 일본의 원로 디자이너들은 우리 민화를 공부해서 그것을 바탕으로 자기들의 디자인을 만들어냈다”고 안타까워한다.

그의 다음 목표는 우리 옛 편지를 모아 분석하는 것이다. “옛 사람들이 쓴 편지를 분석해서 스토리북을 만들 겁니다. 영화와 소설, 게임에 활용할 수 있는 남다른 콘텐츠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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