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0806


대충 내용을 알고 있거나 짐작하겠지만
'혹성 탈출'이란 영화는 원숭이와 인간의 위치가 바뀌어
원숭이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을 그리고 있다.

원숭이들이 불쌍한 인간들을 위해 인권 보호를 주장하고
식사하기 전에 원숭이들을 만들어준 창조주에게 감사기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원숭이의 입장이 되어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일부러 튈려고 그런게 아니라 감독이 관객들이 이렇게 보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그 남자 주인공이 참 나쁜 사람으로 보였다.
왜 인간들을 구출하려고, 우리 원숭이들을 이기려고 할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별 설명도 없는..
그냥 떡 하고 나타난 여자 조연(주인공도 아니구..)이 있었다.
대사는 별루 없지만 언제나 눈물 젖고 청순한 표정을 지으며
팔, 다리가 다 드러나는 상당히 시선을 끄는(-_-;;) 옷차림을 하고
남자 주인공 옆에서 고생하는 그 여자 조연을 볼때마다..
나는 원숭이 편에서 다시 사람 편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그녀를 괴롭히는 원숭이들이 미웠고
어서 그녀가 구출되어 새 삶을 누리기를 바라마지 않았다.

'아니 내가 지금 영화를 어떻게 보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감독이 왜 이 영화를 찍었을까..를 고민하며 애쓰며
영화를 보려 하는데 그 여자 조연이 나올때마다 나는 어느새
그녀편이 되어 영화를 보고 있었다.-_-;;

끝까지 별 대사도 없었고
떠나는 남자 주인공과 영화의 엔딩을 알리는 관례적인 키스를 하고 퇴장한
그 여자 조연..

내가 '혹성 탈출'이라는 영화를 보고 느끼는 것에 있어서
그녀는 방해가 된 걸까 도움이 된 걸까.

감독이 내용전개상 별 상관없는 그녀를 영화에 넣은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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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개념있는 사람이라면 자기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조금이라도 방해가 되는 인물은 가차없이 잘라버렸을 거다.
그렇다면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비는 그녀는 이 영화에 꼭 필요한 존재이며
그녀의 역할은 관객의 시선을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돌리는 거였다.

감독은 관객의 시선을 원숭이에서 사람으로 돌려서
좀 더 임팩트한 엔딩을 이끌어 내려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혹성 탈출'의 엔딩에선 ***가 ****게 되니 말이다^^*


p.s. 절대 남학생과 둘이서는 영화보러 가지 않으신다는
철칙을 후배를 위해 과감히 포기해주신 Joseph 형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p.s. 그나저나 Ca.li.ma 는 정말 압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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