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론가 허지웅을 실제로 만난 적은 없지만, 2005~6년부터 그의 블로그를 들락거리며 거의 모든 글을 읽어 온 탓인지, 79년생 동갑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예전부터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가 에어컨 좌파로 몰려 욕먹을 땐 에어컨 만드는 회사에 다니는 사람 입장에서 울컥하여 '아니 에어컨 사는게 어때서!' 라며 댓글을 달기도 했고, 어떤 계기로 당시 GQ에 근무하던 그에게 C.S.루이스의 순전한 기독교를 읽어보라며 우편을 보낸 적도 있었다.

어쨌든 요즘들어 유명세가 많이 오른 그를 보며 마치 가까운 친구가 잘 된 것 같아 혼자서 괜히 기분이 좋다. 특히나 대형기획사나 무슨 우연의 덕을 본 것이 아니라 오롯이 혼자 힘으로 고생해가며 성실하게 쓰고 또 쓰고 행동해 온 결과물이 쌓여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는 점이 좋고 더 응원하고 싶어진다. 조금 셀프 가학적인 성향이 있었지만, 어쨌든 정치든 문화든 사회이슈든 그가 주장했던 글들은 언제나 그 시점에 꼭 필요한 목소리를 냈고, 시간이 지나 돌아보아도 그의 주장이나 평가는 별로 잘못된 부분이 없다. 황우석이든 디워든 나꼼수든. 허지웅이 죽도록 욕먹을 때 나는 그의 글들을 읽으며 생각의 균형을 잡을 수 있어 감사했고 또 안타까웠다.

지금의 인기가 혹 사그라들더라도 그는 계속 가치있는 글을 쓸테고, 나는 독자로서 반갑게 그의 글을 정독하고 기억하며 소비할 것이다. 앞으로도 부디 몸 건강히 좋은 활동 많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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