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s' Diary #953
20070911, 화요일, 다시 더워짐
기존 시장이 포화하여 갈 때마다
기업들은 항상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왔다. 먹고살아야 하니까.
그리고 그 덕분에 20세기 사람들의 삶은 크게 바뀌고, 발전했다.
(냉장고, 형광등, 전화기 등 필수제품이 없는 세상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21세기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솔직히 돈이 없어 문제지
필수제품이라 할 만한 것은 이미 시장에 다 나와있는 상황이 되었고
이제 기업들은 '꼭 필요한 건 아니지만' 어쨌거나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하는
좀 어정쩡한 상황에 부닥치게 되었다.
TV에 온통 난리인 '화상통화폰'만 봐도 그렇다.
몇몇 꼭 필요한 사람이 있겠지만 수백만 명이 가입해서 쓸 서비스는 아니지 않은가.
내가 무슨 007 요원도 아니고.
유비쿼터스 개념 역시 마찬가지다.
과연, 값비싼 센서가 달린 디지털 거울 앞에서 실시간 3D 렌더링해 가며 굳이 옷을 입어야 하는 건지
솔직히 그 필요를 잘 느끼지 못하겠다. (물론 있으면 아주 편하긴 하겠다.)
레이저에 의한 홀로그램을 허공에 띄워 길을 찾고, 각종 정보를 검색하는 거 참 좋지만
그런 서비스가 과연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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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소비자 중심'을 외치지만
사실 소비자의 중심은 거대 기업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트렌드에 따라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은 아닐까.
필요하지도 않은 시장에, 필수적이지 않은 제품을 어렵고, 비싸게 만들어 소비자에게 강요하는 일은
돈은 되겠지만, 진짜 '가치' 있는 일은 아닐 것 같다.
이런 거 좀 말고,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아직 채워지지 않은 필수적인 것이 더 남아있진 않을까.
요즘과 같은 고령화 사회에,
집안의 어르신이 노환으로 쓰러지셔도, 가족들이 큰 부담 없이 모시는 방법은 없을까.
(주거환경+전자제품+의료분야의 통합?)
지구 온난화로 2012년에 멸망한다는데,
사람들로 하여금 물리적, 정신적으로 친환경적인 삶을 살도록 강제하는 방법은 없을까.
요즘 부쩍 이런 허공에 뜬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된다.
사람들과 시대가 진짜 원하는 것, 그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을 찾고, 만들고, 서비스하는 일을
디자인을 통해 평생 이루어가고 싶다.
필수적인 디자인
2007. 9. 11. 2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