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s' Diary #590, 화요일, 늦은비



초등학교 때
오른손 검지손가락의 지문을 바꿔놓은 상처를 입은 적이 있다.
청소용 집게를 꽉 쥐고 있었는데 친구가 그걸 반대로 확 잡아당기면서
손가락 앞부분이 찢어졌던 것이다.

상당히 크고 깊은 상처였고
병원에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양호실에 갔더니
양호선생님은 매우 귀찮은 듯 그냥 반창고를 하나 감아버리셨다.
그렇게 큰 상처를 그냥 감아버리는 통에
찢어진 살점들이 다 비틀어지며 손에 붙어버렸다.

앗 이러면 안되는데! 생각하면서도
너무 아파서 다시 반창고를 뜯어보지도 못했다.


사람 몸의 치유능력이란 참 놀라워서
시간이 지나자 상처는 다행히 거의 원래모습대로 아물었지만
결국 약간 비틀어지고 튀어나온 흉터가 남아버렸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흉터를 보면
집게가 손가락을 찢어놓던 그 아픔이 생각난다.
머리 뒤가 서늘해지며 흠칫 하는 정도지만
그리 유쾌한 기분은 아니다.


큰 상처를 반창고 하나로 고치려는 무모한 시도는 하지 말자
당장은 많이 아프더라도
깨끗하고 반듯하게, 흉터가 남지 않도록
상처를 소독하고 관리하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자




'dia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마탄 왕자님과 철수 아빠  (0) 2003.09.05
logical thinking  (0) 2003.09.04
언어  (0) 2003.09.01
자막제작자  (0) 2003.08.29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