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s' Diary #1053
20091130, 월요일, 영상
인도검역증, 입국신고서
A4 용지에 삐딱하게 프린트된 국가공문서는 처음 봤음
인도 입국심사가 까다롭다는 소문을 들었던 터라 처음 도착해 잔뜩 긴장한 본인은 입국심사장에서 '여권에 명함 끼우기' 작업을 시도했다. (심사관이 여권을 뒤지다 회사명함이 툭 떨어지면 이 사람 신분이 확실하고나... 생각해서 대개는 까탈스럽게 굴지 않고 금방 통과시켜준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다.)
드디어 입국심사관이 명함을 보더니 말했다.
'삼성직원이심? 잘 걸렸음. 삼성에서 내 핸드폰 AS 몇 주째 안해주는거 어떻게 책임질거임?'
'아 저는 생활가전 직원인데요 냉장고랑 세탁기랑...'
'내 동생이랑 친척들도 다 핸드폰 AS 제대로 못받았음. 나 완전 열받았음.'
결국 1분 걸릴 입국심사를 10분동안 욕먹고 풀려났다. 뭐 액땜한 셈 쳤다.
그리고 2주 후 한국으로 출발하는 날,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 - 입국시 원흉이 되었던 명함은 치웠다. - 줄을 섰는데, 아무래도 출국심사하는 분 낯이 익었다.
'출장차 왔었네요? 무슨 회사 다니세요?'
'삼성전자요'
'어라? (막 내 여권을 뒤적거리더니) 이 입국도장 내가 찍은거네. 아 생각났다. 핸드폰 AS...'
오마이갓. 2주 전에 만난 그 심사관이었다!
'여기서 이럴게 아니라 내가 한국에 돌아가면
인도지역 핸드폰 AS 담당자 젤 높은 사람 연락처 찾아서 이메일로 알려드리겠음. 콜?'
항공권 짐표 귀퉁이에 그 분 이메일 주소 받아적고 1분만에 통과했다. 나한테 이런 임기응변 능력이! 라고 그 때는 감탄했었지만 지금은 정말 메일을 보내야 하나 고민에 빠졌다. 답변하자니 귀찮고 (인도 핸드폰 AS 담당자가 누군지 어떻게 아냐고) 그냥 모른척 하자니 인도 입국 금지될 것 같아 겁나고. 어쨌든 말로만 들었던 명함끼우기 신공은 함부로 사용할 기술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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