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s' Diary #1013
20081017, 금요일, 일교차계속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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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천적 지식인 김규항 선생님 덕분에 참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하게 된다.
출판 준비중이라는 '예수전'도 어서 만나 볼 수 있길.


출처: gyuhang.net

유람 다닐 처지는 아니지만, 권유한 이에 대한 존중심에 기대어 개성 구경을 갔다. 종일 휴대폰을 반납하고 박연폭포, 선죽교를 구경하고 13첩 반상을 먹으러 다니는 것도 좋았지만, 버스로 시내를 지나다니며 그곳 사람들 특히 아이들을 보는 즐거움은 오길 참 잘했구나 싶을 만큼 컸다. 늘 하는 생각이지만 그들을 보며 새삼 다시 든 생각은, 남한 사람들이 북한 사람을 그토록 대놓고 우습게 보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것이다. 교육 문제는 생지옥이고 집을 마련하는 데 반생을 바치며 아이를 낳으면 죄 없는 친정어머니에게 떠맡기거나 제 월급을 모조리 써서 보모를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 교육과 의료가 무상이고 결혼하면 국가에서 집을 주며 동네나 직장 탁아소에 아이를 맡기고 마음 놓고 일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보는 이유는 말이다. 물론 부자라면 남한만 한 낙원도 없지만.



시장경제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경우
수요가 많은 (즉 돈이 되는) 도시에는 좋은 회사/학교/병원들이 즐비하지만,
수요가 적은 산간 낙도에는 기본적인 병원조차 문을 닫는다는 문제가 생긴다.

사회주의 체제의 경우 돈이 되든 말든
무조건 필요한 만큼의 회사/학교/병원을 국가에서 개설하고 운영한다. (얼마나 이상적인가)
하지만 그렇게 공평하게 운영하는 병원에 정작 약이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는 거.
이게 계획경제체제의 큰 문제점이다.

그들의 지도자는 진짜 신이거나, 신의 경지에 이르러야 비로소 나라를 운영할 수 있을 텐데,
'사람'이 지도자였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줄줄이 무너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요즘 세계 경제 파탄 나는 거 보면 자본주의 체제의 국가들도 무너질 것 같긴 하다-_-;;)

어쨌든 북한은 사람들이 굶어 죽고 있으니, 아무리 개념이 좋아도 일단 사람은 살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돈에 지배받고, 불공평함이 가득한 곳에서 '사는' 것과
모두가 평등함을 누리는 (적어도 기본적으로는) 곳에서 '죽는' 것을 택하라면
나는 찌질해 보이더라도 전자를 택할 수 밖에 없다.

살아서, 부당하고 불공평한 이 곳을 합당한 평등과 차별이 있는 곳으로 만드는 노력을 해야 하는게 맞다.
늦게나마 이런 생각을 갖게 되어 다행이다.
우리 가족부터, 우리 조직부터 힘 닿는 대로 잘 챙겨 볼 생각이다.
당연히 뭘 어떻게 해야 할 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이 서른이 되니 생각이 많아진다. 부디 행동으로 이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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