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os' Diary #999
20080704, 금요일, 열대야쾌면
사람들은 대략 유치원, 초등학교 즈음까지
자신이 사실은 슈퍼맨이 아닐까. 초능력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산다.
평범한 남들이 별생각 없이 살아가는 동안
특별한 자신만은 언젠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라 상상하는 것이다.
(본인의 경우는 거대한 인간형 병기를 조종하여 김일성을 무찌르는 공상을 했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아이들은 마냥 귀엽지만
그런 생각을 아직까지도 - 진지하게 - 하는 30대가 있다면 어떨까
어른이 되어서도 자신이 여전히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건 바람직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남들이 자기보다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건
참 흉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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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이러한 초등학생 수준의 – 나만 특별하다는 – 사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이유는
나이가 들며 적절한 어려움과 실패의 과정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어려운 과정들을 피하지 않고, 결과에 책임을 지며 애써 하루하루를 살아내다 보면,
자신이 그저 자기만족을 위한 (혹은 불특정 다수를 위한) 슈퍼맨이 아니라
특정한 동료와 가족을 위한 소박한 슈퍼맨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리고 평범해 보였던 주위 사람들 역시
누구보다 열심히 고민하고 애쓰며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나만 슈퍼맨인 줄 알았는데, 너도 슈퍼맨이었구나.'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 우리는 비로소 진짜 어른으로 성장해 간다.
-
그러므로 남을 함부로 무시하는 사람은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초등학생 수준에 머물러 있는 사람일 확률이 높다.
어려움을 회피하고, 책임지려 하지 않기 때문에 내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한 것이다.
우리 주위 정말 훌륭한 사람 중에
상대방을 쉽게 무시하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이유 역시 마찬가지다.
겸손이란 자신의 장점을 뒤로 감추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잘남을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되는 개념인 것 같다.
습관적으로 겸손한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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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경우, 인자한 부모님의 넓은 그늘 아래
별다른 어려움 없이 학업을 마치고, 좋은 아내와 친구들을 만나 벌써 나이 서른이 되었다.
현재 최대의 고민거리라고 해 봤자 예쁜 냉장고 만드는 일과 다이어트 정도랄까.
무려 군대도 안 다녀왔네. 아이러니하게도 이거 참 내적인 성장을 이루기 어려운 환경이다.
(그러니 평소 쫌 재수 없게 굴어도 이해해주삼)
그래도 사람들 개개인이 모두 다 특별하고 귀하다는 걸 하나님을 통해 배울 수 있어서
그럭저럭 사람구실 하며 살아가는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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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999번째 일기다.
맘먹고 함 장황하게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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