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김규항의 홈페이지
http://www.gyuhang.net


요즘 같은 살풍경한 세상에선 남을 웃게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 맞을 때 개그콘서트를 챙겨보게 되는 건 그래서일 거다. 개그콘서트엔 빼어난 연기자들이 많다. 아주 많지만 그 중에서도 김준호와 김병만이 호감이 간다. 이 자그마한 남자들은 튀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드라마를 채워가는 힘이 있다. 두 사람의 운동으로 다져진 몸동작도 보기 좋다. 프로그램을 다 챙겨보진 못하지만 동영상을 찾아보는 코미디도 있다. 웃음충전소의 ‘타짱’인데 김준호의 능란한 진행에 슬랩스틱을 넘어 자학, 자해에 가까운 연기를 감행하는 연기자들을 보노라면 감탄사가 나온다. 5연승을 하던 양배추는 6회에서 윤성호에게 침몰했다. 윤성호와 키스신을 벌인 보조연기자의 마지막 다리 연기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양배추는 7회에서 다시 제 자리를 되찾는다. 뭣 같은 세상 살다 아무 생각없이 웃고 싶을 때 한번들 찾아보시길.

(어느 신문에선가 보니 타짱을 저질 코미디란다. 그 기사에서 말하는 품격 있는 코미디란 아마도 말로 하는 코미디일 텐데 몸으로 하는 코미디가 말로 하는 코미디보다 저급하다는 건 참으로 무식한 말이다. 그럼 찰리 채플린은 코미디 역사상 가장 저질 코미디언인가? 배웠다는 놈들의 한국 코미디 비판은 꽤 오래 전부터 읽은 기억이 나는데 슬랩스틱이 대세일 땐 “말로 못 웃기니 엎어지고 자빠지고 한다”고 개탄하고 개그맨들이 처음 출현해서 말로 하는 코미디가 유행하기 시작하자 “몸을 사용하지 않고 말장난만 늘어놓는다”고 개탄하는 게 그들이었다. 한국에 아직 채플린이나 우디알랜 같은 코미디언들이 없다는 건 나 역시 아쉽지만 코미디를 한국의 다른 사회문화 부분과 견줘보라. 이 정도면 정말 훌륭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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