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답다는 것

Hanos' Diary #703
20040313, 토요일, 좋은날씨



79년에 태어나 자란 내가 기억하는 '대통령'들은 이러하다.

[전두환]
대통령이란 명칭 뒤에 '각하'라는 존칭을 붙이지 않으면
검은 양복입은 아저씨들이 와서 잡아갔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쎈 대왕이었다고 기억한다.
매우 대통령다웠다.

[노태우]
대통령 뒤에 '각하'를 빼도 된다고 한 것 말고는
이전 대통령과 다를게 없었다.
전세기를 탈 때 마다 인테리어를 모두 바꾸는 취미가 있었다.
대통령다운 취미는 적어도 이정도는 되어야 한다.

[김영삼]
김영삼 시리즈라는 유머를 말하며 놀았는데 아무도 잡아가는 사람이 없었다.
그것만으로도 큰 변화의 바람이라 느꼈다.
전세기를 탈 때 인테리어 안 바꾸고 경비를 아끼셨다.
그런데 무슨일을 하셨는지는 기억나는게 없다.
충분히 대통령답다.

[김대중]
서로 주고받던 대북정책이
일방적으로 퍼주는 정책으로 바뀐 것 말고는
역시 이전 대통령과 별다른 점이 없었다.
IMF에 빌린 돈을 갚기 위해 다른 나라 돈 빌려오셨는데
그래서 IMF사태는 탈출하였는데..
그 돈 아직까지 못 갚았으므로 무효
참 자민련이랑 내각제 추진하기로 약속하셨었는데
그냥 없었던 일로 하셨다.
이렇게 약속은 좀 어겨줘야
자연스럽게 대통령다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


[노무현]
이 분은 가장 대통령답지 못한 것 같다
대통령답지 못하게 검찰이 하고싶은 수사를 맘껏 하도록 허락했다
대통령답지 못하게 언론에게 여러시각으로 글을 쓸 자유를 주었다
대통령답지 못하게 재판도 받으려하고, 조사도 받고, 잘못을 인정했다
대통령답지 못하게 선거공약을 지키려 아직까지 노력중이다
검찰해방, 지역구도타파, 정경유착끊기, 공직자비리처벌....

너무너무너무 대통령답지 못하다.
그래서 대통령답지 못해서 탄핵을 당한모양이다.
계엄령을 내리고 193명 다 사살해도 되는 권력을 가졌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일이니 따르겠다고 한다.

대통령답지 못하지만 가장 대통령답다.
적어도 대통령은 이래야 한다.
그동안 겪어온 가짜 대통령들에게 속을필요는 없다.
노무현 대통령은
내가 살아오며 만난 최초의 진짜 대통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