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함미가 인양되고, 더없이 귀한 장병들이 말 없는 시신으로 돌아온 이번 한 주간, 국민들은 모두 마음 한 구석에 큰 구멍이 난 채로 생활해야 했다. 사람들 마음이 추워서인지 꽃놀이가 한창이었어야 할 4월 날씨마저 너무 험하고 추웠다.

사상 초유의 46명이라는 희생자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주간 이 나라의 국가 기관들과 언론의 답답한 행태는 국민의 마음 속에 또 다른 큰 상처를 남겼다. 나는 국가에게 국익을 포기하고 무조건 사실을 다 밝히라고 요구하는 순진한 감상주의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북한이 최첨단 친환경 스텔스 UFO 안드로메다 어뢰를 개발했다는 뉴스에 적극 공감하는 앞뒤 꽉 막힌 보수주의자도 아니다. 그저 내가 바라는 것은 처음 사고가 난 직후 6시간 안에, 적어도 12시간 내에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내놓고 그에 따른 대처를 통해 혼란 없이 이 국가적 재난을 수습하는 믿음직한 모습을 우리나라가 보여주는 것이다.

사태수습은커녕 '감시병이랑 승조원이랑 해경 증언이 다 다른데 그건 전부 실수랑 오해임 일단 어뢰인 거임' / '대략 북한이 최첨단 어뢰로 공격했다고 하고 싶은데 그러면 또 미국이랑 우리가 뻔히 눈뜨고 당한 셈이니 딱히 100% 그렇다곤 못하겠고 일단 국가 기밀임' 이라는 헛소리로 차일피일 시간만 보내고 있는 이 무능한 국가와 군부에게 정말이지 실망했다.

희생된 장병들을 위해서, 우리는 남은 생을 열심히 살아 우리 나라를 정말 강하고 바른 나라로 만들어야 한다. 개인이 국가를 위해 희생해야하는 그런 시대는 지나갔지만, 적어도 북한의 위협 따위에 떠는 국민이 한 명도 없는, 미국의 한마디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나라가 되도록 국민들이 정신 차리고 이끌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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