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노무현 대통령 대선 출마 연설 중에서
2002년 이래 단 한 번도 그에 대한 지지를 저버린 적이 없다.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고,
그 누구가 되었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섰을 때,
우리는 그가 무엇을 변화시켰고,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 지를
분명히 알게 될 것이라 확신했었다.
이렇게 빨리 느끼게 될 줄은 몰랐지만.
2002년 노무현 후보 대선 출마 연설 中
(중략)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고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패가망신을 당했습니다.
600년 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단 말입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하고 고개를 숙이고 외면했어야 했습니다.
눈감고 귀를 막고 비굴한 삶을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면서 밥 굶지 않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기셨던 가훈은 '아이구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 치는 대로 눈치 보며 살아라' 였습니다.
80년대, 시위하다가 감옥 간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의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 번 쟁취하는 우리의 역사가 이루어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이야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대통령으로 당선되었고,
탄핵결의에 순순히 물러섰으며,
야당과 언론과 검찰의 공격을 온 몸으로 맞서 받아내었다.
다른 나라의 국가 원수 앞에서는 당당하게 행동하면서도,
국민을 말할 때 마다 '존경하는' 이라는 수식어를 5년간 한 번도 빼먹은 적이 없었다.
정말이지, 노 대통령이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