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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디자인, 기술보다 '장인정신'으로

gomgomee 2008. 1. 29. 10:22


[일사지언] 디자인, 기술보다 '장인정신'으로
리처드 정 | 자동차 디자이너· JCI 디자인 부사장



10년 전 포드에서 일할 때 이야기다. "전세계 포드 자동차 산하 7개 브랜드의 '부실한 감성품질'을 높이라"는 잭 내서 회장의 '어명'을 받고 3년 동안 각국을 돌면서 사원들을 대상으로 디자인 교육을 하게 됐다.

독일에서였다. 강의 중 내가 "독일어로 '감성품질'을 뭐라고 하느냐"고 묻자 뜻밖에 "독일어에는 그런 단어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를 물어본즉, 독일인들은 자신이 만족할 만한 완벽한 상품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남에게 내놓지 않기 때문에 장인정신을 강조해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외딴 시골 마을에 가도 인도 블록이 매끈하게 놓여있고, 작은 것에도 질서가 있었다. 도쿄 같은 큰 도시는 말할 필요도 없었다.

한국은 어떤가. 서울의 얼굴이라 불리는 번화가에 가봐도 여기 저기 인도 블록이 삐뚤빼뚤하고 울퉁불퉁하다. 하이힐을 신고 걷다가 넘어지거나 발목을 삐는 여성도 종종 본다. 왜 우리나라에선 이렇게밖에 못하는가? 장비가 미흡해서? 기술이 없어서? 아니다. '의식' 문제라고 본다. 작업자는 결과물에 대한 자부심이 없고, 감독자 역시 결과물의 품질에 대해 방관하기 때문이다. 모두가 장인정신과 자부심을 갖고 일한다면 그런 결과가 나올 수 없다.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독일, 일본이나 스위스의 제품 품질을 신뢰하는 이유는 그들의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보여지는 '장인정신'의 결과라고 본다. 지난해 서울이 세계디자인수도로 선정되면서 온 나라에 '디자인 붐'이 일고 있다. 하나, 멋있는 대형건물을 여기저기 세우기 전에 기본적인 미에 대한 의식을 바꾸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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