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친할머니 추도식

gomgomee 2001. 9. 3. 20:42
Hanos' Diary #47
20010903, 월요일, 그저그런날씨


오늘은 친할머니의 추도식이 있었다.

사실 난 오늘이 할머니의 추도식 날인지 몰랐다.
여느 때 처럼 출근해서
정신없이 일하고 있는데
저녁 때 쯤 엄마가 전화를 하셨다.

'재우야 할머니 추도예배가 잘 끝났다.
친척들도 다 모이구.. ... '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이었다.

할머니는 언제나 나를 '아이구 내새끼.. '라고 부르곤 하셨는데
'내새끼'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 알게되건..
최근 일이다.

할머니가 돌아가셨던 날..
그리고 영안실에서도.. 장지에서도..
나는 이상하게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았다.
너무 충격이 커서 그렇다거나
흘릴 눈물이 없었다거나.. 그런 이유가 아닌..

단지 내가 너무 어렸었다.
할머니의 죽음을 슬프게 받아들일 수준이 되지 않았었다.

그 분의 사랑이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그 분이 살다가 가신 그 의미가 얼마나 큰 것이었는지..
그걸 알게된 것 역시 최근 일이다..

지금 할머니가 내 앞에 나타나신다면
나는 펑펑 울어버릴 것 같다.
너무 보고싶었으니까..
할머니가 계셨을 때의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으니까..






내가 태어날 때부터 항상 '할머니'의 위치에 계셨던 할머니..

그 분에게도 할머니가 있었고
그 분 역시 심란한 사춘기 시절이 있었으며
남몰래 짝사랑하셨던 마을 총각이 분명있었을 거라는 사실을 알게된 건..
역시 최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