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반찬투정

gomgomee 2003. 8. 5. 15:16
Hanos' Diary #570, 화요일, 후덥시원??



어머니께서는
재가공이 되었거나 공장을 거쳐 나온 먹을거리들을
일체 식탁에 올리지 않으셨다.

도시락 반찬 하나에도 자존심이 상하던 어린시절
다른 친구들의 미니돈까스, 비엔나소세지가 너무 부러웠던 나머지,
그리고 콩나물, 고사리, 콩밥으로 이루어진 내 도시락이 부끄러웠던 나머지
밤 늦게 어머니에게 마구 도시락 반찬 투정을 부린 적이 있었다.


다음날 도시락엔 7종류가 넘는 반찬이 들어있었다.
콩나물, 고사리, 감자, 미나리, 마늘쫑, 우엉, 깻잎..

아들녀석이 너무 늦은 시간에 투정을 부린 나머지
햄이나 소세지 같은 재료를 사러갈 시간이 없으셨던 어머니께서는
새벽부터 일어나 집에 남아있는 모든 재료로 반찬을 만드셨던 것이다.

묵묵히 7종류의 반찬을 깨끗이 다 먹은 그 날 이후로
나는 한 번도 반찬 투정을 하거나 남긴 적이 없다.


나물을 무치고 우엉을 조리는 일이
미니돈까스나 햄을 굽는 일보다 훨씬 많은 노력을 요한다는 것을
자취를 해보고서야 알았다.

8년간의 타지생활 중 병원 한 번 간 적이 없는 것도
모두 어머니의 가족 건강을 위한 노력덕분임을 이제야 알겠다.


...
갚을 길이 없다.
열심히 살아야겠다.



삭제 (IP : 61.105.31.75) 임양 ::: 흑흑...외숙모 만세 09/28 01:03
삭제 (IP : 203.252.109.112) 한준 ::: 열심히 살아야겠다! 08/09 21:53
삭제 (IP : 218.51.84.254) 세린 ::: To my home. ^^ 08/08 23:42
삭제 (IP : 218.145.103.85) hanos ::: 어..어디로 퍼가는 것이오 (출처를 밝혀야..-_-;;) 08/08 17:49
삭제 (IP : 211.215.144.35) 세린 ::: 참..그리고 일기 몇개 퍼갔으니 알아서 계산하세요..쿨럭. 08/08 11:27
삭제 (IP : 211.215.144.35) 세린 ::: 냉동만두. 외할머니표 고기고추장. 난 이걸로 버티는걸요^^ 08/08 1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