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용산 사건을 통해 다짐한 것

gomgomee 2010. 2. 8. 18:54

지난 1년간 이 비극적인 사건을 접하며 정리한 생각.

1. 법의 집행 vs. 약자의 보호
한국은 더 이상 식민지도 아니고, 망해가는 공산국가도 아니다. 정말 우리 나라가 세계에서 손꼽히는 경제력과 민주적인 제도를 지녔다면, 이 땅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합법적인 일도 약자의 거처를 없애고, 배를 굶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 재고의 여지가 있어야만 한다. 대책을 세우고 조정하는 기간 동안 건물주나 국가기관은 앞으로 얻게 될 이득의 몇 퍼센트 정도에 해당하는 손해를 보게 되겠지만, 그 몇 퍼센트의 극히 일부만으로도 철거민은 생업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물론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사회적 약자는 거칠고 무례하게 보일 수 있고, 거리를 점령한 불법 시위대는 많은 불편을 초래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사회는, 우리들은,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분명 약자의 말을 더 듣고, 그들의 이익을 더 많이 챙겨야만 한다. 법의 집행보다 인간의 도리가 먼저다.

2. 교회와 성도의 사회적 신뢰회복
문제의 그 건물주와 한 철거민은, 아니러니 하게도 같은 교회의 출석교인이었다. 아무래도 건물주는 교회에 많은 헌금을 내는 장로였고, 철거민은 어려운 처지의 집사였다. 결과적으로 그 교회는 출석교인이 죽었는데도 장례예배를 - 처음 사고가 났을 때 부터 지난 달 합의가 되어 장례식을 치르게 된 이후에도 - 진행하지 않았다. 건물주 장로님이 불편해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한국 교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 그 교회는 하나님의 교회가 아니며, 그 장로 직분은 하나님께서 주신 직분이 아니다. 
헌금은 하나님의 것과 나의 것을 구분하는 행동이다. 애초에 내 것이 아닌 것을 드리면서 왜 자신의 이름을 앞세우는가. 그리고 교회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왜 그런 사람들의 눈치를 보는가. 헌금 많이 하는 사람이 없어진다고 해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교회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불신앙이다. 교인들이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교회를 망쳐가고 있다. 이미 바닥을 친 한국교회의 신뢰회복을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2010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