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있는 힘을 다해 기다리기
gomgomee
2008. 7. 20. 18:11
Hanos' Diary #1001
20080720, 주일, 계속폭우
옛날 독일 포도주 농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농부는 최선을 다해 최고의 포도농사를 지어놓고
포도주를 만들기 위해 관리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독일에서는 매년 국가의 승인을 받아야 그 재료를 가지고 술을 담글 수 있다고 함)
아 그런데 이 놈의 관리가 차일피일 오지를 않는 거였다.
그러다 수확시기를 다 놓치고 심지어 영하의 날씨에 포도가 얼기에 이르렀다.
내가 이걸 어떻게 키웠는데!
딱 따서 포도주 담기만 하면 되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이 좋은 포도 농사 다 망했네!
농부의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다.
결국 뒤늦게 관리의 승인을 받았을 땐,
이미 포도들은 얼었다 녹았다 하며 반 건조되어 쭈그러들어 있었다.
농부 역시 쪼그라든 심정으로 포도주를 담궜는데
세상에! 그 포도주는 어떤 포도주보다 당도가 뛰어난 독보적인 포도주가 되어
'아이스와인'이라는 와인의 새로운 장을 열게 되었다.
추운만큼 달콤해진다.
-
바람직하고 선한 마음으로 애써 준비한 일이
알 수 없는 외부의 영향으로 어이없이 다 망한 것 같을 때
이 아이스 와인의 탄생비화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포도가 냉동건조된 덕분에 신선함을 유지하며 당도가 높아졌듯이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안타까움에 몸부림 치는 동안에도
상상할 수 없는 기적적인 선한 일을 준비하고 계심이 분명하다.
최선을 다 했다면, 아마도 우리가 할 남은 일은
그 분을 신뢰하며 조금 더 참고 기다리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