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ary

사무실 침수되다

gomgomee 2001. 7. 16. 21:11
때는 토요일에서 주일로 넘어가는 새벽이었다.
직장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주말.
나는 새벽까지 그동안 못 봤던 만화를 보고있었다.
새벽 2시쯤 됐으려나?
피곤하기도 하고 만화도 일단락 되어서 이제 그만 가서 자려고
일어나는데.. 발밑이 출렁~ 하는 느낌이 들었다.

허어억... 사무실에 물이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기록적인 폭우..하수도가 넘쳐 지하 사무실에 물이 솟아나고(?)있었다.

순간.. 모르는척하고 가서 자자.. 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으나.. (새벽 2시..)
사무실 가득한 컴퓨터들과..문서들..배선들.. 너무 걱정이 되어
숙소에 가서 선배님과 동료를 깨워서 다시 사무실로 왔다.

헉.. 그새 사무실에 전원이 끊어져있었다.
사무실에 차오른 물에 전류가 흘러 물의 저항이 큰 나머지 퓨즈가 나간 모양이었다.
내가 조금만 늦게 사무실을 나갔어도, 또는 조금만 일찍 돌아왔어도..
뉴스에 보도된 감전사한 19명이 20명으로 늘어났을거다.
어쨌든 한두시간 가량 물에 잠기기 직전이었던 컴퓨터들과 (40대-_-;;)
사무실 서류들.. 바닥에 닿아있는 서랍들.. 뭐 이런걸 전부
책상위로 올려놓고 숙소로 돌아갔었다.
전기가 다 끊어진 지하에서 어떻게 물을 막거나 할 방법은 없었다.

죽을 뻔 한 위기..
솔직히 일기를 쓰고 있는 아직까지도 실감나진 않지만
월요일이 되어 회사에 쫙 퍼진 소문들...

'재우 형제가 새벽에 물을 막았대' (네..네덜란드 소년..-_-;;)
'재우 형제가 감전 되었었다구?'
'재우 청지기님이 일요일에는 병원에 실려갔었대요..'
'재우 형제 오늘 링겔 맞고 출근했다던데??'

뭐.. 이런 이야기를 들으며 정말 큰일 날 뻔 했었다는 생각을 한다.
하긴 난 결혼도 못했는데 아직 죽을리가 없지-_-;;

어렸을때는 '죽음' 이란 것이 너무나 무서웠다.
항상 방의 불을 끄면 무서워 잠들지 못했었고
조금만 몸이 이상해도 이러다 죽을지도 몰라.. 하는 괜한 걱정을 했었다.

이제는 안다.
일단, 내가 주님의 도구로 쓰이고 있는 한 죽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죽음 마저 하나님께서 가장 적절하게 주시는 것을..

이번달에 이스라엘에 가시는 실장님의 말씀이 생각난다.

나 : '실장님.. 이스라엘에 폭탄도 많이 터지구 그러던데.. 조심하세요'
실장님 : '내가 있는 곳에선 폭탄이 안 터지거든!'

실제 폭탄이 터질지도 모르지만
그 폭탄은 우리의 영혼을 다치게 하지는 못할테니까..
이런 자신있는 대답이 나오는게 아닐까..

어쨌든.. 매일 반복되던 일상에서 좀 벗어나는 날이었다.